영화를 보려구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뷰

열해 2020. 12. 15. 20:44
반응형

 영화 정보

 

 

Jose, the Tiger and the fish / ジョゼと虎と魚たち

 

로맨스, 멜로, 드라마 

 

2004.10.29 개봉, 2016.03.17 (재개봉) /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이누도 잇신

 

주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마작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 그는 손님들에게서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된다. 어느 이상한 할머니가 수상한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는 소문이다. 

 

어느 날, 사장의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중 이상한 할머니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유모차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조제'라는 이름의 여자였다. 

 

그 이후 조제와 급속도로 친해진 츠네오, 결국 조제의 순수한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노력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된 츠네오와 조제. 그러나 츠네오와 조제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벽이 존재한다. 그 벽은 바로 조제의 다리다. 조제는 걸을 수 없다. 그래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외출을 나가는 것도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시간에 나가야 한다. 

 

조제에게 세상은 노력해야 될 대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우리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 조차, 조제에게는 버거운 일이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자신의 집 안에서 자신의 거의 모든 생활이 이뤄진다. 

 

사랑은 어떠한가. 조제에게 사랑은 너무 나도 사치스러운 단어이다. 누군가를 만날 기회조차 거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장애로 인해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제의 장애는 할머니에게도 그리고 본인에게도 부끄러워해야 되는 존재다. 

 

반면 츠네오는 사랑에 어려움이 없다. 만인의 연인인 카나에와 스스럼없이 웃고 떠드는 그를 친구들은 부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파트너도 존재한다. 잘생긴 얼굴에 유머감각까지 갖춘 츠네오를 어느 여자가 싫어할까 생각된다. 

 

하지만 츠네오도 조제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들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가오는 츠네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조제, 그녀는 츠네오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 몰라 고민했을 것이다. 

 

츠네오도 이전 여자들과 다르게 조제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한다. 데면데면한 조제를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대하며 자연스럽게 지내려 노력한다. 또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조제를 위해 바깥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 제일 큰 어려움은 조제의 다리로 인해 생긴 선입견일 것이다. 비단 타인에 의한 선입견뿐만 아니라, 조제와 할머니 그리고 츠네오 자신 안에 존재하는, 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선입견이 그들을 괴롭혔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노력을 통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조제와 츠네오는 한층 더 가까워지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사실 조제를 향한 츠네오의 마음이 온전한 사랑은 아녔을 거라 생각된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더 컸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제도 츠네오의 마음을 몰라 헷갈려했다. 그러나 호기심, 동정, 연민 이러한 감정으로 시작되었더라도 그게 뭐 대수일까 싶다. 어쨌든 이들은 결국 서로 사랑에 빠졌으니까 말이다. 

 

 

 

 

 

 

 

 

 

 

 현실적인, 그래서 더욱 아픈 사랑 

 

사랑을 시작한 조제와 츠네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다. 카나에라는 여자 때문에 일이 생기게 된다. 카나에는 츠네오와 잘 돼가던 사이였다. 하지만 츠네오가 조제를 선택하였고, 이에 화가 난 상태다.

 

카나에는 조제를 찾아간다. 그리고 말한다. "그쪽을 혼자 둘 수 없다고 말하더라. 지켜줄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츠네오가 말하는데 웃기더라. 당연하지.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거든. 솔직히 네 무기가 부럽다." 가시 돋친 말에 조제도 대답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럼 당신도 다리를 잘라" 

 

카나에의 말은 츠네오의 사랑에 대한 의문을 품었던 조제에게 다시 한번 균열을 만들고 만다. 동정과 연민이 아녔을까 하는 의문을 츠네오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조제는 품었을 거라 생각된다. 정말로 사랑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관계를 카나에가 찾아와 흠집을 내버린다. 

 

"그럼 당신도 다리를 잘라"라는 말은 어찌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이미 인정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조제 자신의 분노가 아녔을까 생각된다. 

 

시간이 흘러 조제와 츠네오는 츠네오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이 여행은 서로가 가지고 있던 균열의 틈을 더욱 벌려놓는 계기가 되고 만다. 

 

조제는 츠네오와의 여행 마지막 날 밤 모텔에서 독백을 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어쩌면 그 순간 조제는 츠네오와의 헤어짐을 예견했을지 모른다. 혼자가 되어 데굴데굴 굴러다닐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라며 말한다. 혼자가 되어도 살아갈 자신이 생긴 것일까? 조제는 자신이 혼자될 미래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며 잠에 든다. 그리고 그 이후 츠네오와 조제는 몇 달을 더 살다 헤어진다. 

 

 

 

 

 

 

 

마무리

 

 

결말이 참 현실적이다. 사랑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조제와 츠네오와의 사랑도 끝이 난다. 츠네오는 조제와 헤어지고 나오며 카나에와 걸어간다. 길을 걷던 중 눈물을 흘리면 서럽게 운다.

 

사랑이 끝났다는 슬픔 때문에 운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혼자가 될 조제가 불쌍해서 운 눈물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조제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이 실패로 끝났기에 흘린 눈물이었을까. 뭐가 어떴든, 사랑의 끝은 쓰리고 아프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조제가 타기를 거부했던 휠체어를 타고 바깥을 활보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츠네오와의 사랑은 조제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귀한 경험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자신도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해 준 값진 경험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제 자신도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조제에게 츠네오와의 사랑은 사랑 그 이상의 무언가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휠체어를 타고 가는 조제의 표정을 통해 영화는 알려주며 끝을 맺는다. 

 

현실적이어서 더욱 좋았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었다. 

 

 

 

 

 

 

 

관련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