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
스토너 Stoner
저자: 존 윌리엄스 / 역자: 김승옥 / 페이지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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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인내로 삶을 살아간 윌리엄 스토너의 이야기를 담은 책 <스토너>. 이 책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대학에 입학한 스토너, 그러나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의 바람과 달리 영문학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스토너는 최선을 향해 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전쟁의 풍파 속에서도, 주변 교수의 훼방에도, 자신의 부인의 히스테리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굳건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스토너,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생기면 그는 최선을 다해 그것을 위해 노력합니다.
한 남자의 삶
삶은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내는 것인가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나의 의지와 힘으로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여러 가지 일들로 의지와 힘은 꺾이고 사라지곤 했다. 힘든 시간을 겪으며, 내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원대한 포부와 부푼 희망으로 그 무엇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오만했던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앞에 닥쳐올 불행에 대해서는 단 1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삶이 나의 오만에 대한 벌로 여러 가지 고통을 주었던 것일까.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로 인해, 내 내면의 의지, 고집, 오만은 깎이고 또 깎여 그 자리에 흔적만 남게 되었다.
윌리엄 스토너의 삶도 불행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열정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그에 앞에 여러 가지 장애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태어나서 죽는 그 순간까지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진지한 자세로 영문학을 대하기 시작했을 때, 슬론 교수의 엄청난 몰아붙임에 주눅 들어 그 열정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파티장에서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 그의 부인 이디스, 열정을 가지고 그녀를 향해 돌진한 스토너는 결국 그녀와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결혼생활, 그리고 자신이 생각했던 여자가 아니었던 이디스, 그의 사랑은 점차 식어가고 열정도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그의 삶에는 계속해서 그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지 몰랐던 수업에 대한 열정, 누군가를 가르치는 기쁨을 자기 안에서 발견한다. 또한, 자신의 딸을 키우며 느끼는 기쁨과 아이를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도 품는다. 그리고,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랑도 자신의 부인이 아닌 다른 여인을 통해 알게 된다.
하지만 이런 스토너의 열정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 결혼을 하고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부인 이디스는 정상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책을 덮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 인물도 바로 이디스였다. 책을 읽는 나도 이런데, 스토너는 오죽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스토너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계속해서 결혼생활을 해나간다.
대학에서 교수생활도 평탄치 않다. 출세욕보단 자신이 사랑하는 영문학에 대한 탐구와 앎의 의지가 더 강했던 스토너는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수업을 하고 연구를 한다. 하지만 허세와 교만으로 가득 찬 워커라는 대학원생으로부터 비롯된 일로 인해 로맥스 교수와 등을 지게 되고, 이 일로 인해 그는 끊임없이 로맥스로부터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스토너의 열정도 위협을 받게 된다.
스토너의 사랑은 어떠한가. 스토너는 마침내 만나게 된 사랑하는 여인을 끝끝내 함께하지 못하고 떠나보낸다. 주변의 시선과, 이를 이용하려는 로맥스로부터 그녀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스토너는 이별을 선택하고 만다.
스토너를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연민이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했다.
<스토너>는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계속해서 조명하지만, 그의 내면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의 행동, 말, 표정을 통해 그가 어떠할 것이다고만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통해, 스토너라는 인물의 슬픔과 기쁨을 더욱 밀도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누군가의 삶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조심해야 되는 것이 있다. 나의 기준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개개인의 삶은 누군가의 무엇으로 판단되지 않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내 기준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도, 그의 삶 속에서는 옳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그의 삶을 통해 많은 감정을 느낀다. 억울함, 슬픔, 분노, 좌절, 기쁨, 연민 등등 수많은 감정들이 스토너라는 인물을 통해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감정중에서,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나면 느끼는 감정은 '연민'과 '불쌍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잣대로 스토너를 판단한 것이다.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뚜렷한 업적이나 훌륭한 저서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사랑에 실패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전력투구하며 그것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해나갔다. 비록, 많은 것들이 그를 방해하고 힘들게 하였지만 말이다. 이런 스토너의 모습을 '실패'라는 단어를 통해 표현한다면 그것은 그의 삶에 대한 모독이나 마찬가지다.
<스토너>를 읽고 나서 지금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남들의 시선, 계속되는 실패, 이런 것들이 계속해서 밀려와도 묵묵히, 계속해서 해나가야겠다는 결심을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을 통해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삶의 의미를 모르고 방황하고 계신다면,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스토너>를 읽는 것을 강력 추천드린다. 스토너의 삶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얻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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