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사냥의 시간(2020) Time to Hunt
2020.04.23 개봉 /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윤성현
주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모든 것이 불안전한 시기, 꿈과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자신의 친구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을 만난다. 그리고 준석은 자신의 대담한 계획을 친구들에게 말한다. 그것은 바로 도박장의 금고를 털자는 것이다.
자신에게 빚을 진 상수(박정민)도 끌어들여 함께 계획을 짜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이들, 결국 도박장의 금고를 터는 데 성공한다.
하와이로 도망만 가면 될 줄 알았던 이들, 그러나 엄청난 괴물이 그들을 뒤쫓는다.
과연 이들은 이 무시무시한 사냥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사냥의 시간>.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고 바로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 산업이 불안정해서, 요즘 많은 영화가 이런 선택을 한다. 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영화 초반, 암울한 미래의 세계관을 보이며 영화는 출발한다. '음, 힘이 너무 들어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비장하고, 쓸데없이 힘이 들어간 모습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힘을 준 영화들의 결말이 용두사미의 결과를 보여준 적이 많기에, 사~알짝 불안했다. 그래도 계속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는 준석과 친구들이 돈을 얻기 위해 도박장을 터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암울한 미래, 아무 희망도 품을 수 없는 세계에서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성실하게 살아도 월세를 낼 수 없는 이들은, 한탕을 꿈꾸며 도박장을 털 계획을 세운다.
상당히 체계적인 것 같지만 뭔가 어설픈 계획을 세운 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한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한다. 도박장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훔쳐내고, 이제 도망만 가면 된다.
'오호, 이제부터 재미있어지려나?'.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들의 뒤를 쫓는 인물이 나타난다. '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킬러는 등장부터 살벌하다. 준석과 일행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느긋하게 행동한다. 자신들에게 닥쳐올 앞날은 생각지 못한 채 말이다.
본격적으로 '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냥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런데, 뭔가 불안하다 이 영화. 계속해서 너무 힘을 준다.
사냥 시작!
'한'은 준석과 친구들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한'의 엄청난 무력 앞에 준석 일행은 물에 빠진 쥐처럼 벌벌 떨며 도망칠 뿐이다. 갑자기 등장한 '한'은 자기 앞의 방해물은 모조리 처단한다.
'한'을 보면서 터미네이터가 생각났다. 총을 맞아도 끄떡없는, 죽이고 싶어도 절대 죽일 수 없는 존재 '터미네이터'. 그러나 우리 '한'은 인간이다. 그런데 터미네이터 같은 능력을 내뿜는다. 절대적 존재다. 여기서부터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갑자기 등장해서 모조리 쓸어버리는 '한'.
'그래 좋다 이거야, 근대 얘는 뭔데 갑자기 등장해서 무적의 인물처럼 행동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리 설명이 부족해, 최소한의 귀띔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웃긴 것은 준석과 친구들의 모습이다. 용맹하고 씩씩하게, 내일이 없는 이들의 모습을 보이며 거침없이 행동하던 준석과 친구들이 '한'이 등장하자마자 바보 병x이 돼버린다.
'한'이 뭐만 하면 어쩔 줄 몰라 도망치기 바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초반부에 이들이 보여준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게 된다. 캐릭터의 일관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어쨌든, 영화는 그렇게 '한'과 준석의 친구들의 물고 물리는 추격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물고 물리는 추격 끝에 '준석'만 살아남고, '한'도 복수를 위해 등장한 일당들에 의해 총을 맞고 강에 빠진다.
아쉬워...
영화의 결말은 준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도박장에서 훔친 돈을 가지고 하와이로 갔던 준석은, 계속해서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워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이렇게 만든 '한'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정말 엄청난 사실은, '한'은 그렇게 총을 맞고 강에 빠졌어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준석이 자신과 친한 형님에게 부탁해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말이다. (이쯤 되면 '한'은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바꾸고 기계와의 전쟁 콘셉트로 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된다)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이런 결말을 만든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다.
짬짜면 같은 영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빈약한 캐릭터 설정, 그리고 힘을 너무 준듯한 대사들과는 별개로 미장센과 배경음악은 나무랄 데가 없다.
화면의 색감이나 분위기 연출은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준석과 친구들의 미래처럼, 희뿌연 안개를 계속해서 사용한 것도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린다. 그리고 검은색과 빨간색의 화면 색감은 어둡고, 불안한 모습을 잘 연출해낸다.
그리고 가장 괜찮았던 것은 긴장을 위해 사용된 배경 음악들이었다.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긴장감을 상승시켜준다. 사실, 좀 더 견고한 스토리라인을 구성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평가가 박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네티즌들의 평가를 보면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안 좋은 쪽으로 평가가 많이 된다. 사실 감독의 전작 <파수꾼>은 정말 평가가 좋은 영화로, 네티즌 사이에서 칭찬일색인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출연하는 배우들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괜찮은 배우들이었기에, 이들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유치하고, 허세가 좀 들어가 있긴 해도 초중반까지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갈수록 꼬이는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들이 결국 영화를 산으로 가게 만든 것 같다.
좋은 부분도 있고 안 좋은 부분도 있다. 만약 속편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런 부분을 개선한다면 정말 괜찮은 영화가 탄생할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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