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봅시다

나쓰메 소세키 「마음」- 감당할 수 없는 마음속 씁쓸함에 대하여

열해 2020. 10. 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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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마음

 

책 정보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의 대문호라 불리는 작가로, 일본 지폐에 나올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작가입니다. 「마음 こゝろ은 1914년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가 사망하기 2년 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こゝろ」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마음은 총 3부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첫 부분은 선생님과 나, 두 번째는 부모님과 나, 세 번째는 선생님의 유서입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나'입니다. 대학생인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로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주인공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선생님과 만남을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선생님은 주인공에게 호기심의 대상이며 존경의 대상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부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자식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선생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고 알고자 하지만, 선생님은 일정 부분 이상 자신에 대해 알려주지 않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별로 없고 직업도 없어서 세상과 교류가 별로 없습니다.

 

첫 부분인 선생님과 나는 이렇게 주인공과 선생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어서 부모님과 나 부분은 고향에 내려간 주인공의 아버지가 병으로 아프게 되자 고향에 머무르며 부모님과 주인공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인 선생님의 유서는 고향에 내려간 주인공에게 선생님의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를 통해 선생님의 이야기가 서술됩니다. 

 

 

 

마음의 이중성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조곤조곤 주인공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가시가 느껴집니다. 길을 달리다 만나게 되는 방지턱처럼, 글의 사이사이 숨을 고르며 넘어가야 할 것 같은 말들이 숨어져 있습니다. 마치 작품 속 선생님의 성격이 반영된 것처럼 말이죠. 

 

이 작품속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선생님을 열심히 찾아 뵙는 는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은 젊은 대학생입니다. 반면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선생님은 세상에 상처 받고 세상을 등진 인물입니다.

 

1부와 2부에서 작가는 선생님이란 인물을 신비롭게 묘사합니다. 일을 하지 않지만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재산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재산을 어떻게 축적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비밀은 또 있습니다. 이따금 선생님은 묘소를 찾아갑니다.  ''는 궁금함을 못이기고 누구의 묘인지 물어보지만 선생님은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이따금 가시돋친 말을 합니다. 사람과 세상을 조심하라고 에게 일러줍니다. 는 선생님의 이런 태도에 궁금증을 갖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물음을 갖지만, 직접적인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과의 만남을 이어나가던중 주인공은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갑니다. 방학이 끝나면 다시 선생님을 만나게 될 줄 알았던 주인공에게 일이 생깁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리게 되고 매우 위중한 상태가 됩니다. 고향에서 선생님에게 몇 번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던 주인공.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선생님께 편지를 받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의 유서였습니다. 


편지를 기점으로 주인공은 에서 선생님으로 바뀌게 됩니다. 선생님의 비밀을 편지를 통해 에게 말해줍니다. 선생님은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혼자가 됩니다. 많은 재산을 보유했던 부모님 덕에 돈 걱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보호해주겠다던 작은아버지에게 배신을 당합니다. 작은아버지가 부모님의 재산에 손을 뻗쳐 그것을 착복한 것이죠. 믿었던 작은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선생님은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된거죠. 

 

선생님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합니다. 그곳에서 미망인의 하숙집에 기거하게 되고, 미망인의 딸을 흠모하게 됩니다. K라는 새로운 친구도 만나게 됩니다. 부모님의 뜻과 다르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K를 선생님은 맘에 들어합니다. K와 선생님은 절친한 친구사이가 되고, K를 자신이 묵고 있는 하숙집에 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지, K도 하숙집 딸을 보고 반하게 됩니다. 그렇게 비극은 시작됩니다. 


"정신적으로 향상심이 없는 인간은 쓰레기다" K가 하숙집 딸을 좋아하는다는 말을 한 순간 선생님은 K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K는 정신세계의 정진을 위해 힘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것을 멀리하며 자신의 세계를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었죠. 선생님도 비슷한 부류였습니다. 그렇기에 서로가 친해질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동안 친구와 그렇게 말해왔던 정신세계의 고양에 반대되는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마음을 K가 선생님에게 고백한 순간, 선생님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친구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입니다.

 

다가고 싶은 세계에 대한 동경이 이미 말로 뱉어졌고 되돌릴 수 없기에 K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주변에 말해왔던 모든 것들에 모순이 된다는 것을 선생님은 직설적인 말로 K에게 말한 것이죠. K는 결국 자살하게 됩니다. 

 

이후 선생님은 계속해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자신의 말로 인해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과 자기자신도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작은아버지처럼 자신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선생님도 K와 어울리며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자신도 정신의 고양,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고양을 위해 노력하는 지식인이라고 자위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선생님을 지배한 것은 그런 모든 것에 위배되는 자신의 욕망이었습니다. 그토록 경멸해 마지 않았던 작은아버지의 욕망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욕망이었죠. 


누구나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있습니다. 원하고자 하는 목표와 추구하는 신념이 존재하죠. 하지만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자신을 흔드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예수를 3번이나 배반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을 것처럼 말하던 자신의 스승을 세 번이나 배신을 한 베드로는 그 후 예수를 전파하다 자신의 목을 바치며 순교합니다. 베드로에게도 괴로움이 있었을 겁니다. 자신을 그토록 아끼던 예수를 배신한 순간, 예수를 따라다니며 목숨까지도 바치겠노라 했던 말들이 생각 났을 겁니다.  

 

선생님도 결국에 자살을 합니다. 「마음」에는 죽음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주인공 의 아버지의 죽음, 노기 장군의 죽음, K의 죽음, 선생님의 죽음이 나옵니다. 일본에서 자살은 죄악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금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무라이의 모습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K도 선생님도 이런 문화에서 자연스레 죽음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마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자신의 책 「마음」을 소개하는 문구입니다. 작품 속 선생님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과 구별되기를 원하지만 결국 다른 누군가와 다를 것 없는 자신에 대한 괴로움, 도덕적으로 자신은 선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급한 순간에 나오는 자신의 본성을 보면서 분명 실망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스스로가 세워둔 완벽한 인간상이 찢겨졋을 때 느껴지는 고통, 죄의식은 우리를 평생 괴롭히곤 합니다. 이런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10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소세키의 「마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쌀쌀해지는 가을밤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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